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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부업 자금조달 ‘한파’...서민금융 혹독한 겨울 시작됐다
우수대부업체도 은행대출 ‘NO’
은행권 리스크 관리 강화 차원
대부업대출 작년의 4분의 1 토막
금리인상 여파 조달비용도 상승
대출비교플랫폼 상위사 ‘쏠림’
광고규제로 플랫폼 중개도 난항
저신용자 불법사금융 내몰릴듯

금리인상과 경기둔화로 서민금융의 마지막 보루인 대부업도 자금 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으로부터 자금 조달을 받을 수 있게 길을 열어준 ‘우수대부업체’조차 조달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 인하와 더불어 우수대부업체를 선정해 시중은행으로부터 차입을 허용해, 서민금융의 원활한 공급을 돕는 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자금 조달 환경 악화로 인해, 아예 대부업 신규 영업이 축소되는 등 저신용자에 대한 유동성 공급이 말라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917억→463.5억 시중은행 자금조달 급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약 10개월 간 우수대부업체가 시중은행으로부터 조달한 자금은 2380억5000만원이었다.

우수대부업체들은 사업 시행 초기였던 지난해 9월부터 올해 1월까지 5개월 간 1917억원을 시중은행에서 조달했지만, 올해 2월부터 6월 말까지 5개월 간은 463억5000만원을 조달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조달액이 4분의 1토막이 난 것이다.

시중은행으로부터의 자금 조달이 급격히 감소한 이유 중 하나는 은행에서 대부업 조달을 거절하는 경우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은행도 리스크 관리를 해야하는데 저신용자 대상으로 대출이 나가는 대부업들의 리스크 관리에 부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어서다.

일부 우수대부업체들은 “조달도 큰 업체 위주로 이뤄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시중은행 조달액 중 절반 이상이 1위 업체인 아프로파이낸셜대부에 쏠렸고, 상위 4개 업체가 전체 은행 공급자금의 81.7%(1945억원)을 차지하고 있다. 우수대부업자 중에서도 양극화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또 올해만 기준금리가 2%포인트나 오르는 등 금리인상으로 인해 은행에서 조달하는 비용이 높아졌다는 점도 조달 규모 축소에 영향을 미쳤다. 은행 조달 비용이 계열사 조달 비용과 비슷해져 은행 조달의 장점이 희석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에 일부 대형 업체들의 경우 계열사 조달로 방향을 트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윤창현 의원은 “지난해 최고금리 인하조치에 따른 대부업 지원방안으로 은행권 대출이 시작됐다”며 “은행권은 대부업계의 자금신청에 대해 공정하게 심사하고 금융당국은 자금공급이 지속될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광고 제약에 마케팅 끊겨”...플랫폼 중개도 난항= 우수대부업체에 주어진 또 다른 혜택 중 하나인 플랫폼 중개 허용도 난항을 겪고 있다. 대부업 중개를 위해 나선 대출비교플랫폼은 총 5개였으나 현재 3곳(깃플·알다·핀마트)만 대부업 상품을 중개하고 있다. 이마저도 우수대부업체 21곳 중 2~5개 대부업체의 상품만을 취급하는 등 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다.

광고 규제 등 대부업법에 따른 제약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대부업은 다른 대출 상품과 광고 중개 규정이 달라 방송 시간, 화면 구성 등에 제약이 크다. 문제는 대부업 중개를 하는 플랫폼의 자체 광고 또한 규정을 적용받아 홍보 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것이다. 이와 함게 대부업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도 플랫폼 진출의 걸림돌이다. 대부업 대출을 중개한다는 이유로 대형 플랫폼에서 마케팅 입점을 제한하는 일도 생길 정도다.

▶대부업계 “0%대 수익도 어려워”=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부업권 전체는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금리 인상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심화됐기 때문이다. 금융위가 선정한 우수대부업체들마저 뚜렷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업권에서는 “이제 대부업도 끝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대부업 이용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1년 말 대부업 이용자 수는 112만명으로 법정최고금리가 27.5%였던 3년 전(247만명)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여기에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내려간 지난해 7월 이후에는 이용자가 약 11만명 감소했다.

특히 최근 금리가 급격히 인상되면서 대부업의 위기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대부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2분기 상위 28개 대부업체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18.15~20% 수준으로 막바지에 몰렸다. 대부업권 관계자는 “차입 비용 5~10%, 대손비용 6~7%에 중개수수료 등 고정비용을 포함하면 0%대 수익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상이 계속되면 생존을 장담하기 힘들 것”이라고 토로했다.

무엇보다 저신용자 대출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부업체들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신용대출보다 담보대출을 선호하고 있어서다.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신용대출 잔액은 1조9000억원 가량 줄어든 반면, 담보대출 잔액은 6000억원 상당 늘었다. 대부업 대출잔액 중 담보대출의 비중 또한 52%로 신용대출을 넘어섰다.

저신용자 대출길이 막히면 불법사금융 확산도 불보듯 뻔하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부업체에서마저 신용대출이 나오지 않는다면, 불법 사금융이 대부업 시장을 장악하는 것은 시간 문제”라며 “최고금리를 기준금리에 연동하는 등 현 상황에 맞는 정책을 통해 저신용자의 제도권 내 대출을 보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자연·김광우 기자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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